• 잡동사니

하루한글씩집 있는 거미가 부러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

허공에다 자수를 놓는다
나이테 모양으로 같이 늙는 집을 그린다
구심점에 도달하기 위한 공력은 온 것만 받아먹겠다는 최소한의 식탐,
유전자에 각인된 청사진대로 악의 따위 없는 먹이사슬이 완공된다
기어오는 여덟 개 다리가 생존의 몸부림을 팔방에서 감싸 안는다
파고드는 독니가 생사의 문의 열쇠로서 의식을 다른 곳 보낸다
죽은 자에게 옷을 입히는 동물이다

소리가 없어서 어둠과 공포로 오인된 살아가는 거미여
나는 네가 직조한 빛을 본 적 있다
실에 이슬이 매달려 윤이 나더라
바람만 통과하던 뼈대가 빛 찌꺼기를 모아 살을 채운 비단 되더라
거미집 너머로 본, 밤을 상속받은 공주가 꼭 들어맞더라
나는 사랑하는 눈으로 쳐다본 달에게 마음에 든 적 있던가 생각되면서
거미 너를 치우지 않고 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

그리하여 가족이 늘었다
소리가 없어서 어둠과 공포로 오인된 살아가는 거미여
나도 그렇다




출처 : 오늘의 유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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